첫 대회 출전과 첫 입상
이번 달 초에는 내게는 나름 의미있는 경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모 개발 관련 대회에서 3위로 입상을 한 것이다.
이미 20일 조금 안되게 지났지만, 대회가 끝난 이후 다시 다른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바빠져서 이것에 대해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조금이라도 여유시간이 남아서, 내 티스토리에 기록해두려고 키보드를 잡았다.
처음부터 이 대회에 나가야지 하는 목표의식이나 이 대회가 다루는 분야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대회 나가고 싶어서 나갈 대회를 찾다가, 마침 짧은 기간에 굵게 준비하고 끝나는 대회를 발견하고 참가하게 된 것이다. 팀은 나 포함 5명의 인원으로 구성됐지만 전부 처음 보는 분들이었다. 이 때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낙관적인 마인드를 가졌었지만...
그 때는 몰랐다. 지원서류를 오늘 밤 12시까지 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팀이 구성된 것은 토요일 오후 5시 정도였다. 대환장 멘붕 파티가 열렸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한 번 공모전에 참가해서 사업계획서를 써본 적은 있지만 그 때 썼던 항목과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결국 밤을 새서 마감시간 전까지 꾸역꾸역 서류를 채워넣어서 참가신청을 완료했다. 지원서류 접수를 확인한 다음은 기획서를 써야 했다.
여담으로 원래 팀장을 하기로 했던 분이 있었지만 팀의 막내였던 팀원이 대신 지원서를 온라인 제출했는데, 지원서를 낸 사람이 팀장으로 되버렸다. 이건 명시돼 있지 않았고, 우리 모두 이런 것이 처음이라 모르던 통에 그 팀원은 졸지에 팀장이 된 것이다. 다음부턴 낸 사람이 팀장이 되는지 확인하고 지원서를 넣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단 지원신청은 해뒀으니, 다음은 기획 단계였다. 5명이서 머리를 맞대고 어떤 아이템을 뽑아서 개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웹과 앱을 만들기로 했고, 역할 배분을 했다.
내 티스토리의 게시글 지분율은 확인한 사람은 없겠지만 안드로이드 앱 테마의 게시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PHP나 MySQL 쪽도 있긴 하지만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래서 내심 앱 개발을 맡기를 바랬지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면 그게 인생인가? 생각지도 못했던 웹 개발 파트를 맡게 됐다.
그나마 해봤던 거긴 하지만 HTML, CSS, JS와 거리두기를 한 지 반년이 지나서 게시판을 어떻게 짰는지도 가물가물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회의에서 대회에 나가는 거기 때문에 웹은 부트스트랩을 쓰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저...부트스트랩 써본 적 없습니다....
내 말에 팀원들은 모두 놀랐다. 부트스트랩을 써본 적이 없다고???
사실 난 웹을 배울 때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차서, 부트스트랩을 써서 끝장나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보겠다는 내 깜찍한 계획은 웹을 배우기 시작하고 3일 정도가 지났을 때쯤에 깔끔하게 버려졌다.
그리고 나선 줄창 안드로이드 개발만 해온 내게, CSS 분석이 거지같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트스트랩을 써서 웹 개발을 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동안 오지 않았었던 멘붕이 왔다. 내 개인 프로젝트라면 심적 부담이 덜하겠지만, 이것은 대회기 때문에 일정 기한동안 어떻게든 무조건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라 내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웃긴 건 앱 개발 파트는 웹 개발을 더 많이 했던 팀원이 맡게 됐다. 솔직히 부러웠다.
어찌됐든 내가 맡게 됐으니 책임감 있게 개발하기로 했다. 분석 까짓거 하다 죽겠냐는 마인드로 웹 사이트의 페이지 별 설계를 한 다음 얼추 비슷한 부트스트랩 템플릿을 찾아다녔다.
그와 동시에 DB화 작업도 진행했다. CSV 확장자의 엑셀 파일들에 입력된 데이터들을 MySQL에 넣는 작업이었는데 상당한 노가다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지금 하고 있는 노가다에 비하면 애교 수준도 못되는 레벨의 작업이었지만, 이 때는 이것도 힘들다고 느꼈다.
대회 진행 시나리오는 지원서류를 낸 팀 중에서 8팀을 걸러 선발해서 이 팀끼리 본선을 치루고, 발표 당일에 시상식을 같이 진행하는 구조였다. 즉, 꼴찌를 하더라도 상금은 받아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자존심이 있지 최소 3등이라도 하자는 마인드로 모두가 대동단결했고, 개발기간 동안 간간이 치뤄진 멘토링과 줌으로 진행된 중도보고 등의 이벤트도 수월하게 넘기며 개발을 진행해나갔다.
개발 기간은 약 14일 정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기간 안에 부트스트랩을 써본 적이 없는 내가 부트스트랩 템플릿을 적용한 웹 사이트를 만들어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보여주게 하는 것, 앱/웹의 화면 구성을 비슷하게 하는 것, DB화 작업 등을 소화해내기엔 14일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 7일은 밤을 새서 개발했다. 아침 10시에 만나서 다음날 아침 7시에 퀭한 눈으로 CSS 요소를 분석하며 설계도대로 웹 페이지를 깨작거리며 만드는 기분은 빌어먹을 정도로 상쾌했다.
그 외 이런저런 이슈들을 해결하고, 팀원들에게 긍정 마인드를 불어넣으며 꾸역꾸역 개발하다가 드디어 결전의 날인 이번 달 초가 되었다.
우리가 만든 결과물들을 갖고 발표장소로 이동해서 테스트를 한 다음,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순서는 우리 팀이 마지막이었는데, 중간에 점심시간에 주최측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해주셨다.
난 그 순간엔 감사하다는 생각보다 저 카페인을 빨아서 얼른 잠을 없애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왜냐면 발표 당일 전 3일 연속으로 밤을 샜기 때문이다.
원래 엄청나게 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이 때만큼은 그딴 거 가릴 여유가 없었다. 카페인이라면 뭐든 빨아야 했다. 그러지 않고선 몰려오는 잠을 버틸 수가 없었다.
발표는 어거지로 팀장을 맡게 된 팀원이 맡았고, 나는 좀 떨어진 곳에서 무음 카메라 앱으로 발표하는 장면을 찍는 역할을 맡았다. 원래는 팀 빌딩 직후에 웹과 앱을 만든 사람들이 질의응답에 팀장 대타로 나가자는 작전을 세웠고, 나도 그에 동의했지만 내 상태를 본 팀원들이 배려해줘서 사진사 역할을 맡게 되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대답을 할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발표가 끝나고 시상식까지 잠깐 짬이 주어지고, 나는 팀원들과 드디어 잘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시상식이 빨리 끝나길 기다렸다.
시상식이 진행됐고, 1등부터 순차적으로 시상이 진행되는 동안 팀원들과 나는 3등만 하자는 약속대로 제발 3등이기를 빌었다.
그런데 정말로 3등을 했다. 다같이 나가서 상금 액수가 적힌 직사각형 스티로폼을 받고 기념촬영 및 팀원들끼리 그걸 든 채로 각각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시상식 참가자 전원 단체사진을 찍은 뒤, 빠르게 팀원들과 작별 인사를 한 다음 곧장 집으로 향했다.
다같이 밤을 샜기 때문에 모두들 잠이 급했다. 집에 도착한 게 오후 6시 정도고 바로 잘 준비를 한 후 죽었는데, 눈을 뜨니 다음 날 오후 3시였다.
이 대회를 진행하며 느낀 건 각각 생각이 다른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웹 사이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어떤 의미론 재밌다는 것 등이 있었지만,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개발자라고 해서 개발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것에 따라서 설계가 조금씩 바뀌는 일이 간혹 있긴 했지만. 완전히 뒤집히는 일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눈에서 피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어떻게 분석한 부트스트랩 코드인데...
그리고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못할 게 없다는 것,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란 걸 깨달았다. 사람의 몸은 왜 이리 쓸데없이 튼튼한 것인가를 개발기간 내내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상금은 가족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고 사라졌다. 상금 받은 게 꿈이었던 것 같을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웹 포트폴리오에 양념칠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 얻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여기서 나의 첫 대회 출전과 입상 기록을 마친다. 좋은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