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2024년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 기간을 거쳐서, 새 도메인을 다루는 회사에 입사해 안드로이드 네이티브 개발에 주력하게 된 해였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하이브리드 앱의 치명적인 단점은 '노잼'이다.
작업들이 정말 재미없다. UI를 그리는 것도 아니고 기능은 구현하지만 온전히 내가 구현 중이라고 느끼기가 어려웠고 그냥 데이터 교통정리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재미없었다. 브릿지 깔짝, 딥링크 깔짝, 가끔 있는 네이티브 기능 유지보수가 전부였다.
그러나 MVP에서 MVVM으로 변경하는 경험, 신규 기능 개발 시 단위 테스트를 도입해서 TDD 비스무리한 경험, CI/CD 환경을 내 손으로 구축하는 경험은 쌓을 수 있어서 이 부분만은 재밌었다.
처음 도전하는 웹뷰에 대해 알아가고 브릿지를 어떻게 유지보수할지 머리 싸매고, 딥링크와 결제가 엮인 이슈들을 처리하느라 진땀 뺐던 나날들을 1년 이상 지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개인 노션에 기록했던 작업들을 쭉 훑어보니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이 커리어를 지속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작업들로 도배돼 있고, 처음엔 흥미롭던 웹뷰가 이젠 지긋지긋해지고 안드로이드 네이티브 개발이 너무 하고 싶었다.
현재 앱을 네이티브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기대한다? 어림도 없다. 여러 면에서 따져봐도 현재의 하이브리드 앱을 네이티브 앱으로 바꾸는 의사결정을 C레벨에서 내릴 리가 없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회사를 나올 때가 되었다는 걸 느끼고 정리를 시작했다.
이직을 시작하다
개인 사정으로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해야 해서 퇴사하고 2달 간은 개인 사정을 쳐내고 그 후부터 이직을 시작했다.
그러나 개발자 취업 혹한기라고 인터넷에서 많이 떠들던데 그게 정말인지 최합까지 붙기가 어려웠다.
당근, 카카오, 토스 등 여러 곳을 지원해서 채용절차를 진행했지만 매번 최합 직전에서 고배를 마시곤 했다.
그렇게 6개월을 공부, 지원의 2개 작업을 반복하면서 지내다가 강남구 쪽의 회사에 붙어서 지금까지 재직중이다.
사람들이 좋은 것도 장점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나 혼자가 아니라 2명이서 같이 작업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혼자서 안드로이드 파트를 담당하던 내게 드디어 2인 체제의 개발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프로젝트 안의 레거시 코드를 어떻게 수정할지 계획하고, 구현해야 하는 기능을 어떻게 구현할지 논의하는 등 혼자 하던 것들을 실제로 말하면서 진행하니 아주 재밌었다.
네이티브 7 : 웹뷰 3의 비율인 프로젝트도 아주 맘에 들었다. 레거시 코드가 불편하지만 어느 회사를 가든 레거시 코드로 고통받는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취업한 것 자체에 감사하면서 재밌게 일하고 있다.
독서
올해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1달 전부터 밀리의 서재 연간 구독권을 끊었지만 이직 준비할 때는 마음이 심란해서 책이 안 잡혔고, 이직한 지금은 출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잠깐 보는 정도다.
올해 읽은 책은 아래와 같다.
- 하루 한 장 니체 아포리즘
- 몰입 확장판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읽은 책들 제목이 내 상황이 어땠는지 말하는 것 같아 미묘한 기분이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2023년 회고에서 목표로 정한 책이었는데 완독에 성공했다. 다른 책들도 시간을 내서 천천히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쇼펜하우어의 책들을 최근 관심있게 읽었다. 위로의 말보다 해결책을 좋아하는 내게 행복을 찾는 방법이나 집중하는 법 등을 알려주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쇼펜하우어 책을 하나 더 읽고 나서부턴 동양 고전이나 소설을 읽을 것 같다. 소설은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 그 장면이 그려져서 혼자만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좋아하고 동양 고전은 진득하게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읽는 맛이 있어서 좋아한다.
다가오는 2025년은 을사년이라고 한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번 해도 큰 문제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변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 친구들과 형누나들에게 감사드린다.